중증 장애인을 위한 치과 진료

                                                         장애인진료실 장주혜 교수

장애인 환자 중에서 일반적인 치과 진료에 필요한 협조를 얻기 어려워서 치과 내원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적절한 구강 위생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광범위한 치과 질환을 겪고 있으면서도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기가 쉽습니다. 통상적인 치과 치료를 받기가 어려운 환자의 경우 당일 전신마취를 시행하여 여러 가지 치료를 동시에 시행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본 강좌에서는 협조가 어려운 치과 환자들의 상황에 기반하여 어떻게 치료를 계획하고 효과적으로 필요한 처치를 시행할 수 있는지 궁금한 내용들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치과적 장애인이란 무엇일까요

장애인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신체 장애인들은 일반적인 치과 시술에 협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비 장애인들과 다름 없는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환자들 중에는 치과 진료실에서 느끼는 두려움이 크고 기계 소음에 민감하거나 또는 입을 벌리고 누워 있어야 하는 데에 대한 협조도가 많이 부족한 경우가 있습니다. 비 장애인 환자라 할지라도 치과 공포증이 심하거나 입안에 기구가 들어가는 순간 구역질이 심할 경우에는 정상적으로 치료를 받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 치과적 장애인이라 할 수 있으며 다음과 같은 경우가 해당됩니다.

①    치과 치료의 필요성을 이해 하지 못하는 환자: 어린 소아, 중증 지적 장애, 뇌 병변 장애

②    불수의적 움직임이 심한 환자: 뇌성마비, 파킨슨 병

③    의사소통에 제한이 있는 환자: 자폐성 장애, 정신 장애

④    심한 치과 공포증

⑤    구역 반사가 심한 환자 

진료실에 들어 가려고도 하지 않는데 과연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요

중증 장애인 환자들의 경우 장애로 인한 전신 질환을 가지고 있는 일이 많기 때문에 병원에서 겪은 크고 작은 경험들이 많습니다. 특히 진료를 받으면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을 때 병원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각인되기 마련입니다. 특히 치과 치료는 아프고 무섭다는 생각을 갖기가 쉽기 때문에 진료실의 분위기나 직원들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는 때가 많습니다. 진료실에 들어서는 자체를 거부하기도 하며 들어오더라도 치과 의자에 누워서 검진을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저항이 너무 심한 환자의 경우에는 전신 마취를 시행한 다음에 구강 상태를 자세히 관찰하고 방사선 사진을 촬영할 수도 있습니다. 치료할 부위가 많을 경우 마취시간과 횟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보호자와의 상담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치료 방법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발치를 비롯한 외과 수술, 치아 우식증 치료, 치주 질환 치료 및 보철 치료 등 여러 전문 영역이 요구될 경우 각 과의 전문 의료진들이 함께 협력하여 당일 진료를 통해 광범위한 부분을 해결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치과 치료 시 전신마취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장애인구강진료실에서 시행하는 전신마취 하 치과 치료는 입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일 전신마취 시술입니다. 시술하기 전에 미리 전신마취 시행에 필요한 기본적인 검사를 받으시도록 합니다. 검사는 일반적으로 심전도, 흉부 방사선 사진,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신적인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평소에 복용중인 약이 있는 경우 담당 주치의 선생님과 미리 상의를 거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신 마취를 하기 전 8 시간 금식을 하시고 편안한 옷차림으로 보호자를 동반하고 오시면 됩니다. 중증 장애인 환자라 하더라도 비 장애인 환자의 전신마취 과정과 다른 점은 없습니다. 일반적인 마취 유도 과정과 같이 정맥 주사를 놓고 환자가 진정상태에 놓이면 코를 통해서 기관 내 삽관을 하게 됩니다. 간혹 환자가 주사 바늘을 두려워하는 경우 심하게 거부하며 협조를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경구 복용 약을 투여하거나 근육 주사를 놓음으로써 환자가 안정 상태에 놓일 수 있도록 한 뒤 통상적인 전신 마취 시술 과정을 시행하게 됩니다. 시술이 끝난 뒤에는 장애인구강진료실 안에 구비된 회복실로 옮겨집니다. 일반적으로 30분에서 1 시간이 지나면 의식을 회복하게 됩니다. 회복 과정 중에 지속적인 심호흡과 가래 배출을 할 수 있도록 보호자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마취에서 회복하면 물을 마시게 하고 환자가 사래가 들리거나 기침을 하는 등 불편한 증상이 없는 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귀가 후에는 죽과 같은 유동식부터 시작하여 평소대로의 식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수면 내시경에서처럼 간단하게 수면 마취 아래 치료를 받으면 안될까요?

수면 내시경에서 시행하는 수면 마취는 정맥 마취를 통한 깊은 진정법에 해당합니다. 환자들이 깊은 진정 (또는 깊은 수면)에 놓이더라도 자발적인 호흡을 하게 되므로 시술 중 호흡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기도 유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치과치료를 받을 때에는 입을 크게 벌려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도 유지에는 불리한 자세라 할 수 있습니다. 입안에서 물을 사용하는 경우 깊은 수면에 빠져 있는 환자는 물을 머금고 있지 못하므로 기도에 물이 흡입될 우려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호흡기 합병증이 야기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물을 사용하는 일이 빈번한 치과 치료에서는 시술을 진행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전신 마취를 시행하는 경우에는 마취 중 기관 내 삽관을 통해서 인공호흡을 시행하고 있으므로 치과 치료를 시행하는 데에 별도의 제한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30분에서 1시간 미만의 비교적 짧은 치료, 물을 사용하지 않는 간단한 치료의 경우, 환자의 여건에 따라 수면 마취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치료 후에는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나요?

사랑니 발치와 같은 수술을 받는 경우에는 보통 1주일 후에 다시 내원해서 발치 부위를 소독하며 치유 상태를 확인하고 봉합을 제거하게 됩니다. 봉합사는 흡수되는 재료로 되어있기 때문에 협조가 어려워서 제거하지 못하는 경우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보철 치료를 한 경우에는 2 차 시술을 통해서 전신 마취나 수면 마취 하에 보철물을 장착하게 됩니다. 충치가 잘 생기는 조건인 환자들은 3개월에서 6 개월마다 정기적인 내원을 통해서 구강 검진을 시행하고 불소도포를 통해 충치 예방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잇몸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들의 경우 6 개월에서 1년마다 정기적인 내원을 통해서 구강 검진 및 스케일링, 치주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환자가 치료를 두려워하는 경우 수면 마취 하 스케일링을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중증 장애인 환자들은 가정이나 시설에서 구강 관리를 충분히 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입을 크게 벌리려 하지 않고, 치열이 반듯하지 않은 부정 교합의 경우도 많기 때문에 구석구석까지 칫솔을 움직여 닦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치료 받은 치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 치아를 청결하게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식습관 관리도 중요한 사항으로서, 환자가 특히 좋아하는 음식만을 고집하거나 단 맛의 간식을 선호하고, 너무 잦은 횟수로 간식을 섭취하는 경우 습관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기적인 내원을 통해 구강 내 문제를 조기에 발견할 경우 치료가 간단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가 자주 내원해서 가볍게 검진을 받는 과정에서 치과 치료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치료할 치아가 많은 데 한꺼번에 치료가 가능한가요?

중증 장애인환자들은 시기 적절하게 치료를 받기가 어렵기 때문에 다수의 치아가 광범위한 병소를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동 조절이 용이하지 않고 간질 등에 의한 발작에 의해 부딪히거나 넘어져서 앞니를 다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일일 전신 마취 하 치과 치료의 우선적인 목표는 가능한 한 여러 개의 치아를 한꺼번에 치료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치아가 심하게 상해서 신경치료 (근관치료)를 해야 할 경우에도 가능하면 1회에 끝날 수 있도록 시행하고 있습니다. 치료할 치아의 개수가 너무 많은 경우, 또 보철물을 제작해야 하는 경우에는 부득이하게 전신 마취 횟수를 추가로 계획하여 시행할 수 있습니다. 마취 시간은 치료 내용에 따라 짧게는 1-2시간 길게는 5-6 시간 정도 소요될 수 있습니다.